작성자|스테파노

에티오피아 아브레하와 아츠베하 성당 내부의 아담과 하와 벽화.1
1. 서론: 「인간 생명」이 가리키는 ‘의도적으로 불임이 되게 한 부부 행위’에 관한 교회 내 여러 입장
가톨릭 성윤리의 근간을 이루는 교황 바오로 6세의 1968년 회칙 인간 생명 제14항은 부부 행위 전이나 진행 중, 혹은 그 자연적 결과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출산을 방해할 목적으로 행해지는 모든 조치를 본질적인 악으로 규정하며 단죄한다.2
이러한 전통적인 물리주의적 자연법 해석은 성행위의 생물학적 구조 자체에 하느님의 영원법이 고정되어 있다고 보며, 개별 사정 행위마다 생명에 대한 개방성이 물리적으로 유지되어야 함을 원칙으로 삼는다. 그러나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이후 등장한 인격주의 윤리신학 진영에서는 성행위를 생물학적 배출 단위로 분절하여 평가하는 방식의 한계를 지적해 왔다. 이들은 개별 행위의 물리적 완결성보다 부부 생활 전체가 지니는 총체적인 지향과 인격적 일치의 가치를 도덕적 평가의 우위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교도권의 엄격한 물리주의에 대한 학술적 비판을 전개해 왔다.
2. 부부 일치와 자녀 출산의 동등성
교도권은 부부 행위 중 질내사정이라는 물리적 요건만을 절대화하여 강제하면서도, 그 행위의 결과로 발생할 수 있는 장애아의 출산이나 유전적 결함, 나아가 그로 인한 부부 관계의 파탄에 대해서는 실질적이고 물질적인 책임을 전혀 분담하지 않는다. 오직 부부에게만 생물학적, 사회적 결과의 전적인 수용과 양육의 의무를 지우는 구조는, 교회가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현실적 무게를 오롯이 평신도의 희생으로 전가하는 사목적 책임의 방기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2-1: 남성과 여성의 오르가즘 사이 비대칭성 조율 (사정과 오르가즘의 분리 가능성)
가톨릭 윤리신학은 성행위의 두 가지 목적인 부부 일치와 자녀 출산이 동등한 가치를 지닌다고 천명한다. 하지만 사목적 적용에서는 여성의 절정이 생식의 직접적인 요건이 아니라는 이유로 부부 일치의 차원에서 폭넓은 자유가 허용되는 반면, 남성은 철저한 물리적 통제를 받는다. 남성 역시 진화생물학적으로 신경계에서 사정과 오르가즘이 분리되어 작동할 여지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두 생리적 현상이 동반된다는 이유만으로 도덕적 평가가 정액의 물리적 위치에 전적으로 종속된다. 이는 부부를 한 몸으로 보면서도 성행위의 완성 기준을 남성의 생물학적 배출 기제에만 맞추는 모순이다.
2-2: 건강한 유전자를 물려줄 의무 (장애를 물려줄 가능성을 최소화할 의무)
책임 있는 부모애의 원칙은 단지 출산의 의무를 맹목적으로 다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태어날 자녀에게 최선의 유전적, 생물학적 환경을 제공할 도덕적 책임을 포함한다. 현대 의학 연구에 따르면 장기간의 금욕 후 배출되는 정액에는 활성 산소가 증가하여 정자 DNA 단편화 지수가 유의미하게 상승하며, 이는 태아의 유전적 결함 위험을 높이는 원인이 된다.3
따라서 건강하지 못한 정자가 다수 포함된 첫 번째 사정을 전희의 일부로 배출하고 상태가 개선된 후속 사정을 질내사정으로 마무리지어 유전적 결함을 최소화하려는 시도는 이성적 영혼이 육체의 질료를 합당하게 다스리는 실천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3: 남성의 정액 검사와 여성의 산전 검사: 혼인성사에서의 정보 비대칭과 무효로 인한 파탄, 생물학적 위험성을 내포한 성행위 방지
혼인성사는 상호 간의 투명한 정보 제공을 전제로 성립함에도, 교도권은 남성의 정액 검사 중 구멍 뚫린 콘돔을 이용한 채취 방식 외의 방법을 수음으로 간주하여 가로막음으로써 심각한 정보 비대칭을 유발한다. 여성은 산전 검사를 통해 가임력을 증명하고 동정을 지켜 자신을 온전히 내어주려 하지만, 남성은 교리를 핑계로 가장 핵심적인 생물학적 요건 확인을 회피한다. 만약 혼인 후에야 남성의 불임이 밝혀진다면, 이는 여성의 전인적 투신을 헛된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영적 사기극이자 교회법상 혼인 무효의 사유가 되는 명백한 기만 구성요건에 해당한다. 특히 유일하게 허가된 구멍 뚫린 콘돔을 이용한 채취 방식은 치명적인 윤리적, 생물학적 모순을 안고 있다.4
불임이나 유전적 결함이 의심되어 검사를 진행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교리는 문제의 소지가 있는 정자가 모체로 유입되어 기형이나 유산의 위험이 있는 임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강제한다. 합법성이라는 도덕적 껍데기를 지키기 위해 아내와 미래의 자녀를 생물학적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시키고, 이후 불임이 밝혀져 혼인 무효로 인한 파탄에 이르렀을 때 교회가 져야 할 책임은 철저히 외면된다.
3. 질료의 비영속성
3-1: 진화생물학적 결과로서의 질내사정
도덕신학의 물리주의적 관점은 인간 육체의 형태를 영원법의 고정불변한 투영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체내 수정 방식의 진화적 궤적을 추적하면, 이는 척추동물이 수중 환경에서 육상 환경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생식세포의 건조를 막고 외부의 환경적 제약으로부터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 발달시킨 생태학적 적응의 산물에 불과하다고도 볼 수 있다.5
물리적 교미의 궤적 자체에 신의 선험적인 도덕적 명령이 주어졌다기보다 진화 압력에 대응한 우연한 생물학적 결과물이라는 과학적 사실은, 특정 물리적 형태를 절대화하기보다 형상인 영혼이 그 질료를 어떻게 더 이성적으로 다스릴지 숙고하는 것이 합리적임을 방증할 수 있다.
3-2: 최후 심판 이후 성애(性愛)의 종말
육체적 기능의 비영속성은 마태오 복음서의 “부활 때에는 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이 하늘에 있는 천사들과 같아진다”6라는 구절을 통해 신학적으로 확증된다. 지상에서의 생식 기능은 종말론적 영원의 관점에서는 한시적인 현세적 도구다. 성사적 표징으로서의 가치는 부부가 상호 간에 생명력을 온전히 내어주는 ‘인격적 투신’에 있지, 영원성이 결여된 사정의 물리적 위치 자체에 형이상학적 절대성이 내재해 있는 것이 아니다.
4. 질내사정을 동반한 성행위 중 인공 피임에 대(對)하여: 질내사정을 동반한 성행위 중 체외사정과 무엇이 다른가?
동일한 부부 관계 안에서 질내사정을 통해 생명에 대한 1차적 책임을 완수한 이후 수반되는 체외사정과 콘돔의 사용은 교리적으로 명확한 본질적 차이를 지닌다. 콘돔이나 피임약과 같은 도구의 사용은 인간 생명 회칙 제14항이 본질적 악으로 규정한 생식 과정에 대한 인공적 개입이자 장벽이다. 이는 그 사용 목적이 피임에 있지 않고 부부애의 증진을 위한 전희나 후희의 목적이라 할지라도 부부 행위의 자연적 구조 자체를 인위적으로 훼손하므로 그 자체로 대죄가 성립한다.
반면 질내사정을 전제로 하여 피임의 의도가 명백히 배제된 체외사정은 어떠한 인위적인 장벽도 설치하지 않고 신체의 자연적 작용과 질료를 그대로 활용하는 행위다. 따라서 도구를 사용하는 인공 피임이 행위 자체의 객관적 무질서로 인해 단죄받는 것과 달리 생명에 대한 의무를 다한 부부 관계 내에서의 부분적이고 유희적인 체외사정은 인공 피임과 동일선상에서 대죄로 묶일 수 없는 뚜렷한 신학적 경계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5. 결론: 부부 간 체외사정은 그 목적이 피임에 있지 않을 때 허용될 수 있는가?
하나의 연속된 부부 행위 안에서 자녀 출산의 책임을 다하기 위한 질내사정이 명확히 전제되어 있다면, 피임의 의도가 배제된 체외사정은 고의적인 생명 차단을 목적으로 한 오난의 죄와 근본적으로 다른 차원에 놓인다. 살인과 과실치사가 지니는 형법적 무게의 차이처럼, 생명에 대한 개방성을 훼손하지 않은 채 질료의 남은 부분을 인격적 교감을 위해 사용하는 것은 단죄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부부의 유기적인 교감을 정액의 배출이라는 미시적 단위로 토막 내어 도덕성을 검열하는 분절적 사고를 탈피하고, 건강한 유전자를 물려주기 위한 이성적 조절과 혼인의 정보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때, 체외사정은 피임의 영역을 벗어난 양심적 자유와 심화된 토미즘의 실천 영역으로 합당하게 인정될 수 있다는 것이 본인의 지론이다.
[각주]
- 이 사진은 Bernard Gagnon의 저작물 Painting of Adam and Eve inside Abreha and Atsbeha Church, Ethiopia이며, CC BY-SA 3.0 및 GFDL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 가능합니다. [본문으로]
- “
따라서 본인이, 이미 시작된 생식 과정의 직접적인 중단을 비롯하여 모든 직접적인 낙태가, 설령 치료 목적의 낙태라 할지라도 자녀 수를 조절하는 정당한 방법에서 절대적으로 배제되어야 함을 다시 한번 선언해야만 할 때에는, 인간 및 혼인에 관한 그리스도교 교리 일차적 원칙들에 관하여 본인이 언급한 말에 근거를 두는 것입니다. 교회 교도권이 많은 때에 확인한 바와 같이, 남자와 여자, 영구적인 것과 일시적인 것을 막론한 직접적인 불임 시술 또한 동등하게 단죄되어야 합니다. 매한가지로 성교 전, 성교 도중, 성교 후에, 목적이든 수단이든 출산을 방해하기 위하여 특별히 의도된 그 어떠한 행위도 배제됩니다.” - 교황 성 바오로 6세, 회칙 「인간 생명」(Humanae Vitae), 1968.7.25., 14항. [본문으로] - Qui Xi et al., “Impact of Ejaculation Frequency on Semen Parameters and DNA Fragmentation: A Cross-Sectional Study”,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2017) 및 Vanessa A Comar et al., “Influence of the abstinence period on human sperm quality: analysis of 2,458 semen samples”,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2017) 참조. [본문으로]
- Sangiliyandi Gurunathan et al., “Biocompatible Gold Nanoparticles Ameliorate Retinoic Acid-Induced Cell Death and Induce Differentiation in F9 Teratocarcinoma Stem Cells”,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2018). [본문으로]
- Maria Eugenia Teves et al., “Sperm bauplan and function and underlying processes of sperm formation and selection”, National Library of Medicine (2021). [본문으로]
- 마태 22,30.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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